목회단상

하나가 되는 공동체 구원의 감격과 거듭난 기쁨을 나누는 교회, 세상으로 파송 받은 삶을 감당하는 교회입니다

4.19 씨앗을 품고 있는 집

  • 느헤미야강
  • 2020-04-20
  • 898 회
  • 0 건

20200419 목회서신

 

 

요즈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가

펜데믹’, ‘코로나19’,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유지’ 그리고 입니다.

저는 부활절 후 두 번째 주일오늘은 에 대한 생각을

목회서신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출근한 후 홀로 남겨진 이란

공간에 대해 그동안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집은 사람이 머무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집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가족을 만나는 곳이며,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입니다.

그만큼 집은 우리의 기억과 정서에 연결된 소중한 곳입니다.

누군가에겐 봄이 오면 목련과 벚꽃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곳,

고단한 몸을 뉠 수 있는 삶의 터전삶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동안 이런 집이 고맙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집이 요즘 재택근무로 일터가 되기도 하고,

온라인 개학을 맞은 자녀들의 교육장소가 됐습니다.

또 강제적인 자가격리나 자발적인 외출 자제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동안 집의 기능을 단순히 먹고 자는 생활공간으로만 여겨왔다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집은 삶의 많은 자양분을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집은 부부에겐 사랑의 안식처이며 자녀에겐 인생의 훈련장입니다.

가족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지금 정체된 듯한 시간이 양분을 만들고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여기면 좋겠습니다.

땅에 꽃씨가 떨어진 후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 멈춤의 힘으로 꽃이 피어날 수 있듯이 말입니다.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을 기차는 달립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일상의 잠시 멈춤이 미래로 나갈 힘이 될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봅니다.

재택근무외출 자제로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익숙치 않은 모습 때문에 가족간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가정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평소 얼굴 보기 힘들었던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가족 관계가 친밀해졌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반면 서로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로 관계가 더 멀어졌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수많은 가정이 해체됐지만,

반대로 더 결속된 가정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결과는 왜 다른 것일까요?

 

이에 대해 가정사역자들은 의사소통이 잘 되는 가정은

위기 때 더 결속하고 성장한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행복한 가정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의사소통이라고 말합니다.

 

가족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입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말부부가 배우자의 말을

어떻게 들어주느냐가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란 것.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가족 관계 회복이란 말이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어차피 주어진 시간은 같습니다.

가족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꽃씨를 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익숙치 않아 갈등불편함 혹은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가정에 꽃씨를 심어야 합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우리 삶에는 공통으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기억의 집,

지금 사는 현실의 집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이 있습니다.

하지만 집이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만 되어버리면

집이 품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관한 관심이 멀어집니다.

집이란 공간이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입니다.

집은 가족 구성원들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1인 가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청년 유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집에서 생각의 씨앗을 심고 지금 여기를 사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을 답답해하기보다 씨앗을 품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린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집은 씨앗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