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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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3(목) 말씀이 내 안에 집을 지을 때, 골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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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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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3(목) 말씀이 내 안에 집을 지을 때, 골3;16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이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라.”(골로새서 3:16, 개역개정)

“Let the message of Christ dwell among you richly as you teach 

and admonish one another with all wisdom through psalms, hymns, 

and songs from the Spirit, singing to God with gratitude in your hearts.”(Colossians 3:16, NIV)

 

 

골로새서는 바울이 감옥에 있을 때 쓴 편지로, 

그리스도의 완전한 우월성과 충만함을 선포하기 위해 기록된 서신입니다. 

당시 골로새 교회에는 세상의 철학과 율법, 천사 숭배 같은 혼합주의가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그런 혼돈 속에서 오직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중심이며,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이 충만하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3장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제적인 권면으로 가득합니다. 

그 가운데 오늘 우리가 묵상하는 말씀,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이 거하게 하라”는 구절은 

신앙의 핵심을 가장 따뜻하게 드러냅니다.

 

‘거하다’라는 단어는 단순히 잠시 머무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헬라어 원문에서 이 단어는 집을 짓고 영원히 머무는, 

즉 ‘주인으로 자리 잡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울은 말씀이 우리 안에 잠깐 머무는 손님이 아니라, 

집주인처럼 우리 마음 전체를 차지하기를 원했습니다. 

그 말씀이 풍성히 자리 잡을 때, 우리의 사고와 감정, 

언어와 행동의 방향이 새롭게 재배치됩니다. 

말씀은 우리의 영혼을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건축가입니다.

 

전세나 임대 아파트에서 살 때는 벽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 집이 되면 우리는 색을 칠하고, 가구를 고정하고, 동선을 새로 설계합니다. 

바울이 말한 ‘풍성히 거하는 말씀’은 바로 이런 변화와 같습니다. 

말씀이 내 감정의 거실만이 아니라, 

사고의 서재와 습관의 주방, 

결정의 현관까지 들어올 때 비로소 

내 삶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재구성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사가 흘러나오고, 

마음속에는 노래가 생겨납니다.

 

이 구절이 복수형으로 기록된 것도 중요합니다. 

말씀은 개인의 영혼에만 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도 머뭅니다. 

우리가 서로 말씀으로 가르치고 권면하며 찬양할 때, 교회는 살아 있는 집이 됩니다. 

한 사람의 머리에서 시작된 말씀이 다른 이의 가슴으로 흘러가고, 

찬양과 감사로 공동체 안을 울릴 때 그곳에는 성령의 숨결이 머뭅니다. 그

래서 말씀 충만과 성령 충만은 결코 분리된 경험이 아닙니다. 

말씀은 성령이 일하시는 통로이고, 

성령은 말씀을 우리의 삶 속에 실제로 뿌리내리게 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이 방문객이 아니라 주인이 되게 하려면 

우리의 삶에도 작은 결단이 필요합니다. 

하루의 일정 가운데 말씀을 위한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는 것입니다. 

 

말씀을 읽고 한 문장이라도 내 언어로 고백할 때, 

말씀은 내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넓혀갑니다. 

암송은 말씀의 가구를 내 생각 속에 고정시키는 일이며, 

찬양은 말씀이 감정의 벽에 새겨지는 일입니다. 

가족이나 공동체 안에서 말씀을 나누는 시간은 

그 말씀이 개인의 방을 넘어 거실로 나오는 순간입니다. 

말씀이 내 일상 속에서 이야기되고 노래될 때, 

그 집은 이미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 됩니다.

 

말씀이 우리 안에 풍성히 거할 때 나타나는 열매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지혜로워집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세상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감사가 자라고, 입술에는 찬양이 흘러나옵니다. 

이는 억지로 만들어낸 신앙의 표정이 아니라, 

말씀이라는 생명의 주인이 우리 안에 자리 잡으셨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향기입니다.

 

골로새서 3장 16절은 단지 성경공부를 권하는 구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마음의 ‘영적 등기 이전’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 풍성히 거하기 시작할 때, 

나는 더 이상 방문객이 아니라 집의 가족이 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삶에서는 설명이 아닌 찬양이, 의무가 아닌 감사가 흘러나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 자리 잡을 때, 그분의 노래가 내 마음에 울리고, 

그 노래가 내 삶의 메시지가 되어 세상으로 흘러갑니다. 

 

말씀은 머무는 손님이 아니라, 

나의 영혼에 집을 짓고 살아 계신 주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