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8.28(금), 예수님의 마음을 품으라, 빌립보서 2;3-8
빌립보서는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입니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과 특별히 가까운 공동체였지만, 그 안에도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아야 할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바울은 성도들에게 한마음을 품고 서로 사랑하며 하나가 되라고 권면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공동체가 하나 되기 위해 무엇보다 버려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빌 2:3)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언제나 거창한 문제에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보다 높아지고 싶은 마음에서 갈등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나 방법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게 합니다.
바울은 이어서 말씀합니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빌 2:3)
여기서 다른 사람을 나보다 낫게 여긴다는 것은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합니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얼마나 수고했는지, 내가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는 잘 압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겸손은 자신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만 바라보던 시선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넓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나는 어떻게 되는가?”만 묻지 않고 “저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를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4절에서 바울은 더욱 구체적으로 말씀합니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빌 2:4)
성경은 자기 일을 돌보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가정과 책임을 돌보고 자신의 필요를 살피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나의 일만 보이는 것입니다.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 보이지 않고, 내 문제가 크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아픔에 관심을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우리의 시선을 한 걸음 더 넓히라고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라.”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와야 합니다. 신앙이 깊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 더 많이 받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 주변에 두신 사람들의 필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오늘 본문의 핵심을 말씀합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바울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품으라고 합니다. 왜 마음이 중요할까요? 행동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몇 번 섬길 수는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겸손한 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변화는 행동을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내 생각보다 예수님의 생각을 품고, 내 감정보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며, 내가 원하는 방식보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6절과 7절에서 바울은 예수님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빌 2:6-7)
예수님은 가장 높으신 분이셨지만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낮아지셨습니다. 여기서 “자기를 비워”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나님 되심을 버리셨다는 뜻이라기보다,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자기 유익을 위해 붙들지 않으시고 종의 자리까지 낮아지셨음을 보여줍니다. 세상은 더 많이 가지라고, 더 높이 올라가라고, 내 권리를 끝까지 주장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반대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붙드는 대신 내려놓으셨고, 높아지는 대신 낮아지셨으며, 섬김받는 대신 섬기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의 낮아지심은 종의 모습을 취하신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8)
예수님의 낮아지심의 마지막에는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씀만 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자신의 시간이나 소유의 일부만 내어주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예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예수님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마음입니다.
어제 요한복음 13장에서 우리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예수님을 묵상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허리에 두른 뒤 제자들의 발 앞에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5)
오늘 빌립보서 2장은 어제 보았던 예수님의 행동 속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어제는 예수님의 손을 보았다면 오늘은 예수님의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낮아져 제자들의 발을 씻으실 수 있었던 것은 그분 안에 자신을 비우고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섬김은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주일 사도행전 3장의 베드로에게서도 이러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베드로는 누가 더 큰 사람인지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면서도 자기 자신을 앞세우려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행각에 서 있는 베드로는 달라졌습니다. 걷지 못하던 사람이 일어나자 수많은 사람이 베드로에게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그 순간 베드로는 말합니다.
“우리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람을 걷게 한 것처럼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행 3:12)
베드로는 자신을 높이지 않고, 오히여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예수님께 돌렸습니다. 이것은 단지 베드로의 말이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달라진 것입니다. 자신이 드러나기를 원했던 사람이 이제는 예수님이 드러나기를 원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베드로 안에 예수님의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월요일에는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재임을 묵상했습니다.
화요일에는 우리의 믿음이 종교적인 행위에 머물지 않고 정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는 삶으로 나타나야 함을 살펴보았습니다.
수요일에는 하나님을 닮아갈수록 우리의 시선이 나에게서 이웃에게로 향해야 함을 묵상했습니다.
목요일에는 예수님처럼 내가 먼저 낮아져 섬기는 삶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모든 삶의 출발점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마음이 바뀌지 않은 채 행동만 바꾸려고 하면 지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왜 내가 해야 합니까?”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로 바뀝니다.
“왜 저 사람은 나를 알아주지 않습니까?”에서 “저 사람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요?”로 바뀝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변화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높아지고 인정받으려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습니까?
내 일과 내 필요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의 필요를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예수님의 마음을 품기 위해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내 자존심, 내가 옳다는 고집,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내 시간과 편안함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그 한 가지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작은 행동을 실천해 봅시다.
먼저 사과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 양보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기쁨으로 감당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을 때 우리 안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예수님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비우시고 낮아지셔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내 생각과 필요만 앞세우지 말고 한 사람을 더 귀하게 바라봅시다. 그리고 내가 내려놓을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 실제로 내려놓아 봅시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도 어느덧 예수님을 조금씩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