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하나가 되는 공동체 구원의 감격과 거듭난 기쁨을 나누는 교회, 세상으로 파송 받은 삶을 감당하는 교회입니다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 느헤미야강
  • 2016-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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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 느끼는 것이지만 깨닫고 나면 늘 후회스러움이 많다.

내 자신부터 시작해서 사람 참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한해 역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격이 컸다.

년초에 가졌던 꿈이나 바램은 늘 깨어져가는 파편처럼 아프게 다가왔다

현실이 기대처럼 따라주지 않는 것이야 그게 삶이고 인생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일 텐데,

아프고 힘들었던 것은 '무의미한 것 같은' 것에 지쳐가는 나를 지탱하는 것이었다

 

2

원채 누군가의 평가나 평판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올 한해의 시간은 그런 나 자신과의 약속은 어김없이 깨어지는 모습을 자꾸만 대면해야했다.

하나의 길을 향해, 그것이 바른 길이라고 여겼기에 땀 흘려온 시간들이 설득되어지고 인정받기 보다는,

도리어 오해받고 외면당하고 비난받고 있음을 알게 될 때,

누군가 솔직하고 선하지 않은 태도가 되려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이곳 저곳에서 들은 무수한 이야기들,

은근히 나만 알고 있는 이 비밀을 온통 까발려 버릴까 싶은 유혹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유혹의 속삭임을 듣는 순간 나 자신에 대한 더 큰 절망에 아파했었다

 

3

새생명교회 부임후 3년 가까운 시간,

안 팎으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일일이 해명하고, 설득하고, 만들어가는 일에 서투른 탓에 사람들이 사라진 뒤에야 '왜 말하지 못했을까?' 하고 아쉬워하는 통에,

믿고 함께 해주는 아내 마음만 아프게 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때때로 주님의 음성을 기대하며 기도하는 중에

마치 버려진 땅에 홀로 있는 듯 찾아오는 고독속에서 슬그머니 올라오는

날카로운 질문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내가 이런다고 바뀌어야 될 것이 바뀔까?“

"나 지금 잘 하고 있는걸까?“

 

4

어느새 익숙해지는 당혹감과 불편함들이 가져다 주는 질문...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길위에 서 있고,

수 없이 정직하게 몸 부림치던 시간들이었건만,

무언가 삐그덕 거리고,

무언가 어긋나고,

무언가 정체되고,

자꾸만 뒷걸음치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올라오는 질문...

 

"나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변화됨과 달라짐이야 늘 각오하고 시작하는 일들이지만,

여전히 있어야 하고 함께 해야할 곳에 비어있는 의자들,

신앙의 성장이 정체됨을 대면할 때마다 끊임없이 '무의미성'과 싸워내야만 했다

 

5

이곳에 온지 3년 가까이 제일 많이 쏟아 부은 노력은

설교와 성경공부, 일대일제자양육과 큐티 시간이었다.

설교야 목회자의 당연한 숙명과도 같은 사명이니 더 말하면 무엇할까?

성경공부 준비는 정말 많은 힘을 소비했던 자리다

무력하기 쉬운 이곳에서 내 자신을 그냥 방치하지 않을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곳으로 보내주신 이유가

성경을 그렇게도 깊이있게 들어가보도 살아보며 체득하라는 뜻이려니 그렇게 생각도 했다.

이 정도면 적어도 사람이라면 함께 해주어야 하는 거라고도 여겼다.

속 깊은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분노를 억눌러야 하는 싸움은

삶이 설교이어야 한다는 목회적 지론앞에서 늘 고통스럽기만 했다.

누군가의 툭 던져준 한마디,

윽박지른다고 달라지는 것 없어.

그 한마디를 마음에 괜히 받았다 싶을 때 역시 한 두 번이 아니다.

 

6

 

"나 잘 하고 있는 것일까 ?"

"이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7

올 한 해는 교회 밖에 있는 이들과도 버거운 때이기도 했다.

말할 수 없는 속상함이 컸음에도

오히려 적반하장격의 일들과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니 또 질문이 된다.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걸까?”

답은 알고 있는데 너무 어렵다.”

그게 더 힘들다.”

 

8

내일

한 해를 결산하고 마무리 하는 당회이다.

여전히 질문이 머리에 맴돈다.

가슴까지 내려온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걸까?”

 

9

당회를 마무리하고 나면 올해 성경과정도 끝이다.

늘 애써보지만 지나고 나면 여전히 아쉬움 많은 과정들.

그때 그때 복음이주는 기쁨을 나누고자 했지만

한결같은 것은 전하는 자의 한계에 부딪침이다.

 

그런데...그런 상상을 해 본다.

 

올해가 다 가기전에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 있다며 꺼내는 말들...

 

'긴 시간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목사님을 보면서 나도 곧 회복되면 누군가를 위해 먼저 만난 예수를 소개하고 전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

'목사님이 지내셨을 고뇌하고 치열하게 몸 부림쳤던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목사님 기대대로, 아니 하나님 기대대로 살기에는 부족함 많지만 분명한 것은 목사님 덕분에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열려진 것은 분명해요'

 

그리곤 갑작스레 사람들앞에서 나를 끌어안는 일들...

'감사해요 목사님...‘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래서 쓸데 없이 에너지 낭비하고 있느냐고? 타박받던 시간들,

무의미와 싸우며 숱하게 되내이던 안타까움의 시간들이 스쳐지나가고 나서

이렇게 한 마디 주님앞에 소리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님... 나 잘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