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하나가 되는 공동체 구원의 감격과 거듭난 기쁨을 나누는 교회, 세상으로 파송 받은 삶을 감당하는 교회입니다

아프다고 가시를 뽑지 마라!

  • 느헤미야강
  • 201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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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도 그런 우연이 없을터이니,
필경 하나님의 계획하심이었다.
볼티모어!
미주연회!

연회 첫 날 예배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던 자리.
식사를 마치고 우연히 차를 마시며 앞 테이블을 보게 되었는데
한 목사님의 행동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식사 테이블을 세팅.
식사를 하면서 선배, 동료목회자들을 챙기기.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마치 자신이 다 먹은것처럼 뒷정리.
식후 커피까지 인원수에 맞추어 섬기는 모습.
참 쉽지 않은일인데 싶었다.
요즘도 이런 목사님도 계시네...
나이도 50 중반은 넘어 보이는데...
그 순간 부천에서의 어느 목사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참 그 목사님도 그랬는데...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현관정문에서 우연히 맞추치게 되었다.
궁금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혹 부천 ○○교회에서 사역하셨던 목사님 아니세요?
맞았다.
미국에서 8년째 목회를 하고 계시다 했다.

소름끼치도록 놀라웠던 것은,
누군가를 귀하게 섬기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그 목사님의 모습이 떠올려진 것이 참 신기했다.
그 목사님은 내 마음에 그렇게 각인되어져 있었던거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나를 떠올릴때 무엇이 먼저 생각날까 그게 걱정되었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추억들이 참 많았던 때였기에
몇 마디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다가
정색을 하고는 뜻 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목사님, 이민목회 힘들어!’
‘생각했던것보다 너무 힘들어!’

‘어제까지 둘도 없는 동력자요 기둥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등을 돌리고,
크고 작은 가시들을 서로를 향해서 겨누고,
상처주고 넘어지게 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아.
어떻게 그 사람 그럴 수 있지 싶은 일들은 다반사이고,
신앙과 사람사이에서 나타나는 많은 가시와 고통은
끊임없이 목회자를 향해서 날아들지...’
‘그런데 그것 알아!?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으로 그 많은 가시를 녹여내지 않으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된다는 거...
수레바퀴처럼 계속 공동체안에 맴돈다는 것도...’
‘예수님은 사람들이 던져준 수많은 상처와 가시들에 찔리면서도
비껴서거나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그 가시를 돌려대지 않으셨어.
그 상처와 가시들을 당신의 가슴에 묻으시고 녹아내셨지.
십자가 사랑으로 품으시고 다 녹아질때까지 참으신거야.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온 인류를 위한 구원때문이셨잖아.
그런데 예수님은 온 열방을 다 다니시며 전도하시지는 않으셨어.
단지, 유대땅 예루살렘과 갈릴리에서의 삶이 전부였고,
결국에는 골고다 십자가 뒤에서 죽으셨어.
왜 그랬을까?
모든 상처와 아픔, 가시를 다 당신의 품에 담아내시고 녹이신 삶,
예수님은 모든 인류의 죄악과 가시를 다 자신의 몸으로 받으시고
십자가로 녹아내신 그 삶만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흘러가고
생명을 얻게 하신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지.
주님은 자신에게 던져신 가시들을
결단코 다른 사람들에게로 돌려대지 않으신 까닭에
제자들 역시 그렇게 살아낸 연유에야
마침내 온 인류 누구나 생명을 얻을 수 있게 하신거잖아.’

‘이번 사순절과 부활절을 보내면서
십자가 고난의 말씀을 읽다가
이것을 깨닫고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연회를 참석하기 전까지
몇 가지 일로 마음에 상심과 힘든 일들이 있었다.
결코 편하지도 기대하지도 않고 참여하게 된 연회.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당신의 사자를 보내셔서
상처받기 쉽고,
가시많으며,
바람잘날 없는 이 땅위에서의 목회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 말씀해주셨다.
그게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모든 아픔과 눈물,
상처과 가시는 뽑아 내는 게 아니라
품고 녹여내야 하는 거라고...
녹아내릴때까지 품고 있어야 하는거라고...

아프다고 뽑아내고,
속상하다고 화난다고 뽑아내면...
뽑은가시 나도 모르게
내가 아프니 너도 아파보라고
말로도, 마음으로도, 원망으로
누군가를 향해 찌르게 되지만...
그게 무엇이든 내 안에서 십자가 사랑으로 녹여낼 수 있다면,
아픔은 거기에서 끝나는 거라고...
그게 기독교라고,
그게 그리스도인됨의 삶이어야 한다고...
그런 자리에서만 생명의 역사는 일어난다고 말씀하고 계셨다.

이 땅에서의 목회길을 걸어가는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목회하라고 말씀하고 계셨다.

심한 영적 몸살을 앓고 있다.
살아내야 하는데 못 살고 있느니 그렇고,
못 살고 있는데 살아내야 하는것 알고 있으니
끙끙 앓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