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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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보다 더 중요한 것

  • 느헤미야강
  • 201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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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보다 중요한 것
 
 
 
저는 운동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구경하는 것이라면
어떤 경기든지 좋아합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이기도 하고 지기도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최선을 다하되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하고
결과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특정선수에게 타이틀을 안겨주기 위해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한 때문입니다.
 
2002년 월드컵의 환호와 감격이 있던 그 다음해.
제겐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는 ‘뚜르 드 프랑스’ 라는 경기가 있습니다.
매년 7월에 벌어지는 경기인데 자전거로 프랑스를 한 바퀴 도는 경기입니다.
23일 동안 3,500 km를 달리는 코스입니다.
일정도, 코스도 험난한지라 가끔씩 사람이 죽기도 합니다.
 
이 싸이클 대회의 영웅은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이란 사람입니다.
고환암을 앓으면서도 7연패를 했지요.
그가 7연패를 하는 동안 가장 큰 위기가 5연패 때인 2003년도에 있었습니다.
일은 마지막 구간 9.5 km를 남겨두고 일어났습니다.
암스트롱이 선두를 달리고 스페인 선수와
독일의 얀 울리히 라는 선수가 바로 그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길 가에는 꼬마들이 신발 주머니 비슷한 가방을 휘두르면서 응원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가방을 놓치고
그게 1위로 달리던 암스트롱의 바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암스트롱이 넘어지고 그 뒤를 따르던 2등 선수도 넘어졌지만
3등으로 달리던 얀은 다행히 피했습니다.
아무리 충격이 작다 해도 넘어졌다 일어나려면 최소한 30초 이상은 지체됩니다.
1, 2초 안에 승부가 갈리는 싸이클 경기에서 30초란 재앙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이제는 만년 2인자로 달리던 얀의 우승이 확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3등으로 가던 얀이 다른 뒤따라 오던 다른 선수들의 무리에 묻혀서
속도를 내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암스트롱이 일어나서 제 페이스를 찾아 선두를 달리자
그제야 얀도 다시 승부를 걸어 힘껏 달리는 겁니다.
그 경기는 몇 초 차로 암스트롱이 우승하고 얀은 또 다시 2등을 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제일 격분했던 사람들은 독일 사람들이었습니다.
암스트롱의 5연패를 끊고 얀이 우승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자회견 때 얀 울리히는
‘나는 다른 사람의 실수로 우승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얀이라고 왜 1등을 하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승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 자체에 담긴 페어 플레이 정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는 제 생애에 그렇게 아름다운 승부를 본 적이 없고,
그렇게 아름다운 한 인간의 끝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싸이클 경기에
얀 울리히라는 이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나님도 그러시겠지요.